은행이 음식 배달도 한다고? 금산분리 완화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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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 앱에서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하거나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 본 적 있으신가요?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는데요. 바로 금융과 산업 사이의 빗장을 푸는 '금산분리 완화' 논의 때문입니다.
오늘은 경제 뉴스에 자주 등장하지만, 막상 설명하려니 어려운 '금산분리'의 핵심 개념과 왜 요즘 이 규제를 풀려고 하는지 아주 쉽게 풀어드립니다.


🧱 금산분리, 도대체 무슨 뜻인가요?

'금산분리(Separation of Banking and Commerce)'란 말 그대로 금융자본(은행 등)산업자본(기업 등)이 서로의 지분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나누는 제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돈을 다루는 은행과 물건을 만드는 기업이 서로 '한 몸'이 되지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재벌)이 은행을 소유해서 은행 돈을 마치 자신들의 '개인 금고(Private Safe)'처럼 쓰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원칙을 매우 강력하게 지켜왔습니다.

  • 핵심 목적: 기업이 망했을 때 은행 돈(고객의 예금)까지 같이 위험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경제력이 특정 대기업에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 왜 지금 '완화' 이야기가 나오나요?

시대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은행은 은행 일만, 기업은 기업 일만' 하는 것이 정석이었지만, IT 기술의 발달로 이 경계가 흐릿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1. 기울어진 운동장(Level Playing Field) 논란: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은 금융업에 진출해 간편 결제, 대출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는데, 정작 은행은 규제에 묶여 금융 외의 사업을 할 수 없어 불공평하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2. 은행의 생존 위기: 이자 장사만으로는 미래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은행들이 생활 밀착형 서비스(배달, 통신, 쇼핑 등)로 진출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새로운 수익을 내길 원하고 있습니다.

📊 규제가 완화되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은행과 비금융 산업 간의 결합이 자유로워집니다. 소비자와 기업 입장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구분 금산분리 규제 (기존) 금산분리 완화 (변화)
은행의 역할 예금, 대출 등 고유 금융 업무에 집중 통신, 유통, 배달 등 생활 서비스 직접 운영 가능
기업 소유 은행이 비금융 회사 지분 15% 이상 소유 불가 소유 한도 확대 또는 부수 업무 범위 확대
소비자 혜택 금융 서비스 위주의 이용 하나의 은행 앱에서 쇼핑, 예약 등 '슈퍼앱(Super App)' 기능 이용

이미 일부 은행은 '혁신금융서비스'라는 예외 허가를 받아 알뜰폰 사업(KB국민은행 리브엠)이나 배달 앱(신한은행 땡겨요)을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규제가 정식으로 완화되면 이런 서비스가 훨씬 다양해질 것입니다.

⚠️ 우려되는 점은 없나요?

물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금산분리라는 '안전장치'를 풀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때문입니다.

  • 안전성 위협: 은행이 벌인 다른 사업(예: 유통, 건설 등)이 망하면, 은행 건전성까지 나빠져 고객의 예금까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 자본 집중 심화: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은행이 골목 상권이나 중소기업 영역까지 침범하여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 한 줄 요약

금산분리 완화는 은행의 생존과 혁신을 위해 금융과 산업의 벽을 허무는 시도이지만, 자본의 쏠림과 금융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